노동법 강의 중 법속에 있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설명을 하다보면 간혹 “권리보다는 먼저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들려온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이 불변의 진리인양 나오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권리보다는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듣고 자랐고, 아직도 이 명제는 우리로 하여금 권리찾기 앞에서 주춤하도록 만드는 주술사의 주문과도 같은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말이다.
우리로 하여금 의무를 다해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들은 과연 자신들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회사사장이 노조를 설립하려고 하는 노동자들 앞에서 “노조를 설립해서 너희들의 권리를 찾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너희들 의무를 다해야 한다” 고 말했다고 치자.
이 말속에는 우리가 어려서부터 듣고 자랐던 그 ‘사회적 의무’라는 신화속에 회사의 이익이 먼저라는 시커먼 손익계산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법에서 규정한 권리는 노동자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사회적으로 최소한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이기도 하다.
즉 회사측에서 그 규정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부여인 동시에 적어도 노동자가 주장해도 반드시 수용해야만 하는 사회적 최소한의 기준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반시에 형사처벌조항이 있는 게다.
요사이 민주노총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 기획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그 기획회의에서 최근 노동자권리찾기 3대사업을 하고 있는데, 최저임금/고용보험/희망근로가 바로 그것이다. 법속에 숨겨져 있는 권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이 채워주지 못하는 노동자의 버려진 권리도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버젓이 정해진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는 것(최저임금 권리찾기)도 필요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음에도, 이를 숨기는 노동부를 혼내주는 것(고용보험 권리찾기)도 필요하고, 강제통용력없는 상품권을 임금이랍시고 주고 실업문제 해결하고 있다고 생색내는 정부에 일침을 가하는 일(희망근로 권리찾기)도 필요한 것이다.
법에 숨겨져 있던, 법이 채워주지 못하고 있던 간에 우리들의 권리를 찾는 일에 이제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노동자들은 수백년 동안 의무속에 갇혀 살았오지 않았던가?
이제 당당히 말해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이제 너희들의 의무도 이행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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