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10% 내외다. 대만과 비교하면 4분의 1, 일본이나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절반이 조금 넘거나 못 되는 수준이다. 유럽 선진국들 중에서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60-80% 정도에 이르는 나라들도 많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라는 말은 한국 직장인들 중에서 90% 정도는 노동조합의 임금 교섭 없이 회사가 주는 대로 받고 있다는 뜻이다. 노사협의회가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렇게 보면, 한국처럼 노동자들이 고분고분한 나라도 없다.
게다가 전체 노동조합들 중에 절반 정도는 활동이 별로 없는 조직들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해 자신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말 한마디라도 할 수 있는 노동자는 전체 직장인들 중 겨우 5% 정도라는 뜻이다.
더 중요한 통계가 있다. 노동부 집계로 지난해 노사분규 건수는 100 건 내외다. 전체 노동조합 수를 5천여 개로 잡았을 때, 한국 노동조합의 98% 정도는 단 하루의 파업도 없이 임금 인상 교섭을 마무리한다는 뜻이다. 자신들의 노동조건이 결정되는 것에 대해 작은 행동이라도 취한 노조는 전체 조직 중에서 겨우 2% 정도라는 뜻이다. 한 사업장에서 두 번 이상 파업을 한 경우도 있으므로 실제 수치는 더 낮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처럼 노동조합들이 온건하게 활동하는 나라도 없다.
그 2%의 조직들 중에서 자신들의 노동조건과 직접 관계가 없는 정치ㆍ사회적 의제, 예를 들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든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비정규직 관련법 문제 등과 관련해 파업이나 집회를 벌이거나 그렇게 할 가능성이 있는 조직은 또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정확한 통계를 접한 바 없지만 노동조합과 만나는 일을 30년 가까이 해 온 체감으로 파악할 때 그 절반 정도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사업장 중에서는 현대자동차노조가 유일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그 1% 노조의 정치 활동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다. 그 1% 조직의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상 활동이나 대책 활동 중에서 정치ㆍ사회적 의제와 관련된 것은 또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과 보수언론은 이를 두고 “정치투쟁에 치중하는 강성 노조”라고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여론은 이에 동조한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없다.
노동조합의 정치 활동은 어찌 보면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노동조합이 사업장 내 노동조건 개선 활동에만 치중해서는 국회에서 비정규직 관련법 내용이 적절하게 갖추어지는 데에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노동자들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그 식재료 속에는 지구를 반 바퀴쯤 돌아서 수입된 유전자 변형 식품이 포함돼있을 가능성이 거의 100%인데 노동조합이 그러한 문제와 관련된 정부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행동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현대차노조의 선거 결과를 두고 언론은 “투쟁보다는 조합원 권익을 우선시하는 중도실리 노선”이라고 표현했다. 행여 그 말의 뜻이 ‘정치ㆍ사회적 의제에 무관심하고 비정규직의 권리는 외면한 채, 자신들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노선’이 아니기를 간절히 빈다.
[출처] 현대차노조 중도실리 노선|작성자 노동과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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